쌀쌀해도 낮만큼은 볕이 들었다. 죠스케는 그 날 이후로 아예 짐을 싸들고 와서 로한의 집에서 다시 지내기 시작했다. 축하연 날 밤, 그 이후의 일을 로한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드문드문 이미지들이 기억날 뿐이었다. 책장에 있던 만년필, 죠스케의 일그러진 얼굴.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서 고개를 젓는 죠스케의 얼굴. 조각난 퍼즐은 로한의 힘으로 맞춰지지 않...
예..안녕하세요 해버나이스데이..몇 가지 문의가 있고... 뭔가 공지사항이라는 걸 번듯하게 걸어놓으면 대체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공지사항이라는 걸 씁니다 별거 없어요 근데 1. 자가발전 자기만족 연성러라 연성이 비주기적입니다. 진짜 포스타입 제목과 똑같아요. 정말 생각날 때마다 씁니다. 그러므로 성실한 연재를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죄송...
로한은 만족스럽게 리본으로 묶인 제 포획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한... 말로 하죠. 소년- 아니, 이제 소년이라기엔 무리가 있나. 얇고 가느다란 포장용 새틴 리본은 꽃다발이나 선물 상자가 아니라 막 30대가 된 남자의 손목에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로한은 신경쓰지 않았다. 로한이 수갑이나 로프로 남자를 묶지 않은 건 로한이 남자가 어떻게 나올지 잘 알고 ...
아주 빠르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키라가 숨어있던 곳에서 발견된 로한의 손목은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통해 간단하게 주인에게로 돌아왔다. 그 잃어버린 손과 함께 로한의 삶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모든 것이. 축하 메시지와 꽃다발보다 더 기뻤던 것은 만화를 다시 그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잃어버렸다 찾은 손의 존...
온 몸이 무거웠다. 간밤의 악몽들이 아직도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 로한은 헐떡이며 간신히 악몽을 지워냈다. 여전히 꿈 속의 자신은 그 날 키라의 지하실에 있었다. 이제는 지겹도록 익숙해져버린 키라의 목소리, 잘려나가는 손목, 굴러 떨어지는 비명,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과 공포.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 크기를 키워가는 내내 로한은 소리 없는 비명을...
죠스케. 로한이 살짝 눈썹을 올렸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부서져라 끌어안고 있는 게 10분째였다. 하아, 죠스케. 이제 좀 놔라. 끌어안은 채 얼굴을 파묻은 청년에게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조금만 더 안고 있으면 안되겠슴까. 어떻게든 어리광부리는 어린애 같은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리를 끌어안은 단단한 팔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죠스케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조금만 기다리십셔. 알았죠? 알았으니까 다녀와. 오쿠야스랑 잠깐 이야기할게 있는 정도면서 신신당부를 하는 죠스케가 웃길 지경이었다. 어차피 24시간 죠스케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든 아니든 상관이 없었으므로 로한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죠스케가 조금 열어놓은 테라스로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절로 기...
로한은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몇 번 깜박이자 이내 가득 차는 죠스케의 멋쩍은 얼굴이 보인다. 미안함다, 깨우려던 건 아닌데. 로한은 고개를 돌렸다. 됐어. 언제 잠들어버렸지. 초저녁이었다. 자꾸만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이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신체를 자꾸 뒤흔들었다. 마감할 때를 제외하면 원래 칼 같이 자고 일어나는 로한이었지만 약은 그런 로한...
로한은 혼자서 해결하는 이외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었다. 바꿔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드물었다. 적어도 진심으로. 죠스케는 그런 로한을 잘 알고 있었다. 로한의 그런 모습은 질릴 정도로 봐왔다. 처음에는 그저 사회성 없는 괴짜 만화가 정도로만 여겼던 탓에로한이 자신을 뿌리치거나 경멸할 때도 으레 그러려니 싶었다. 물론 처음에는 ...
트리거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신체절단,PTSD) 키시베 로한은 악몽을 꾼다. 서걱거림, 헐떡임, 찰강이는 사슬 소리. 자신의 손을 아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그가 말했었다. 자네의 이름은 상관없어. 자네가 이 이상적인 손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이 중요한 일이지. 욕짓거리라도 내뱉고 싶었지만 대답을 할 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대답을 한다한들 상대가 지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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